9월, 10월 연휴가 많다.
대체공휴일 이라는 존재는 많은 이들을 신나게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렇지가 못하다.
설날, 추석, 연말, 새해, 여름/겨울 휴가 시즌에는 공항이용객이 많은 시기가 오면
직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바쁜것을 넘어 영혼을 터는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출발장....
연휴가 시작되면 새벽 4시 30분부터 졸음이 덜 깬 아이들 부터 피로로 퀭하지만
여행을 시작한다는 기대감을 가진 승객이 2층에서 수속을 위해 줄지어 서 계시는데....
우리들 입장에선 "오, 마이 갓!" 이상의 절망의 감탄사가 필요하다.
마음을 단단히 각오하고 실수나 사고 안하도록 정신 바짝차리고 시작하자 마음 먹어도
앞을 보는 순간... 나 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부터 스쳐 지나간다.
슬쩍 돌아본 검색대 사람들은 비장한 각오로 우리의 시작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탑승권확인 및 본인확인 절차가 시작되면 거리두기 부터가 관건인데
이게 가장 힘들다. 여행은 본인들 자유이니 아무래도 좋은데 공항이 열심히 돈을 들여 안내선을 만들어
놓아도 지켜지기 어려울 뿐더러 일행도 아닌데 자꾸 뒤에 바짝 붙어 있어 본인확인을 위한 마스크 탈의를 미루다
보면 속도가 느려질수 밖에 없다.
그러면 비행시간은 다가오는데 여기를 통과 못하니 사람들은 하지말자고 하면서 결국 그 행위를 하고 만다.
새. 치. 기.
여기를 오래 일하다 보니 이해가 간다. 비행기를 놓치면 성수기에는 다음비행기도 다음날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타야하기 때문에 부득이한 선택일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한가지 잊어먹는게 있다.
바로 "죄송합니다. 비행기 시간이 없어서 양보부탁드립니다."를 2번 이상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말이 대상을 맨뒤에서 부터 기다리던 승객이 아닌 나에게 하는데 "공항이용 순서를 기다린 것은 내가 아니다." 맨 뒤에서 부터 양해를 구하며 앞으로 와야 한다. 그리고 양해를 대충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 이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하실텐데 그건
본인 생각일 뿐이지 본인이 이런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상상해 보자...
아무튼 그렇게 본인들은 통과하면 끝이지만 일부 직원들은 근무내내 새채기를 모른척 했다는
오해를 받고 책망과 욕설을 듣게 된다.
그러니 부득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면 양해를 구할 대상을 잘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그리고 오전내내 빼고나면 다들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어있다. 의자에 앉아서 편하지 않냐고?
전혀 아니다. 돌발상황도 많고 화를 내는 분도 많은데 신원확인후 입장 처리까지 할일이 많다.
그리고 그날 하루 어찌저찌 넘어가면 정신은 피폐해지고 남는건 서러움과 현타 뿐이다.
승객들에게 우리는 아마 즐거운 여행의 시작점에 찬물붓는 방해물일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우리는 공휴일이라는 존재를 잊고 그 장소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이지
그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사람이 아닌걸?
그저 우린 큰 사고 안나고 신분증 다 가져 오셔서 무사히 탑승해서 공항시설에 문제가 없길
보안에 문제가 없었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우리들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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